어디 말할 데도 없고 마음이 괴로워서 씁니다남자친구랑 만난 지 한달 조금 넘었습니다저는 20대 중반 공무원이고, 남자친구는 저보다 대여섯 살 연상인데 지금 하던 일에서 잘리고 조금씩 용돈 벌이 정도만 하고 있습니다일하다가 몇년 전에 부상을 입고 지금도 신체적으로 장애가 남아서 여전히 치료 받고 있거든요일년 전에 어머니도 돌아가셨다 합니다어쩌다 알게 된 사람인데 외로워 보이기도 하면서 사람한테 거리를 두고 대하는 모습에 끌렸습니다원래 저한테 관심 없을수록 제가 더 끌리는 면이 있거든요처음에는 몹시 끌렸고, 혼자 우울에 갇혀 있던 그 사람도 저에게 호감을 갖고 결국 만나게 됐습니다그런데 알아갈수록 제 감정이 달라졌어요.저는 스스로를 꾸미는 것도 좋아하고 건설적인 방법으로 계속해서 자기를 계발하는 걸 좋아해요. 다른 사람과 저를 비교하면서 어느 정도 수준으로 남들에게 뒤쳐지지 않고자 스스로 계속 채찍질하는 타입이에요. 그래서 학벌도 좋고 안정적인 직장에도 취직하면서 살아갑니다.남자친구는 대학교 다니다가 중퇴했고, 자기계발에는 별 관심이 없어요. 원래 하던 일은 기술인데 다친 이후로 지금은 백수입니다. 다친 곳 치료하면서 서른 넘은 나이에 모아둔 돈 없이 빚만 있습니다. 데이트 비용도 제가 더 많이 냅니다. 자기를 꾸미는 일에도 관심이 없고 문화생활도 잘 모르고 교양도 부족합니다.알아갈수록 서로 다른 점만 보이고, 제 눈에는 그게 그 사람의 부족한 점으로 보여요. 저는 그 사람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다 고치게끔 잔소리를 합니다. 그 사람은 또 그대로 다 수용하고 노력해요.시간을 주면 분명 뭐든 나아질 것 같습니다.그런데도 저는 잘 모르겠어요. 저와 너무 다른 이 사람을 현재 사랑하지 않는 것 같은데...짧은 시간에 그 사람 가족들까지 만났어요. 우울하게 자빠져 살던 사람이 저를 만나고 이것저것 노력하는 모습이 좋게 보여 제게 기대가 크신 것 같습니다. 그 사람 주변인들도 여자 잘 만났다, 이런 말들을 종종 한다고 합니다.그런 책임감 때문에 계속 코치하고 응원하고 이끌어주는 일이 조금 버겁습니다. 그리고 이 사람의 여러 가지 면들이 계속 거슬리고 짜증이 나요.끌림이 깊은 사랑으로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가 저와 너무 달라서인지, 이 사람의 부족함 때문인지, 제가 속물이어서인지 잘 모르겠습니다.제 앞가림 하기도 바쁜데, 저도 제 안위를 챙기고 싶고 흘러가는 젊음이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계속 조언하고 챙겨주고 기다려주고 덩달아 빈곤한 연애 하는 게 피곤하고 싫은가봐요.안 그래도 힘든 사람 데려다가 열심히 살아갈 희망을 줬다가 뺏는 것 같아서 헤어지려는 생각도 너무 죄책감이 듭니다. 제가 변하라는 대로 다 노력하는데도 저는 그냥 불만족스러워요.눈 딱 감고 헤어져야 할까요. 이 사람이 안정 궤도에 오를 때까지 기다려줘야 할까요. 속물적인 마음을 버리고 사랑하려고 더 노력해봐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