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수영 변호사 입니다.

질문자님께서는 결혼 8년차에 잦은 다툼으로 이혼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계신 상황으로 보입니다. 오랜 시간 쌓인 갈등으로 마음고생이 크셨을 것이고, 매일의 일상이 소송 여부와 생활의 지속 가능성 사이에서 흔들리셨을 것이라 짐작됩니다. 감정의 파도 속에서도 법적으로 무엇이 가능하고 유리한지부터 차분히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우선 이혼의 길은 협의이혼과 재판상 이혼으로 나뉩니다. 잦은 다툼만으로는 재판상 이혼 사유가 곧바로 성립하지는 않으나, 다툼의 양상과 강도가 혼인파탄에 이를 정도로 중대하고 회복 가능성이 낮다면 민법 제840조 제6호의 기타 중대한 사유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폭언, 폭행, 상습적 모욕, 경제적 통제, 부당한 간섭, 반복적 가출, 음주난동 등으로 인해 혼인이 실질적으로 파탄됐음을 입증할 수 있으면 단독으로도 이혼이 가능합니다. 반대로 단순한 성격차·의견대립만으로는 파탄 책임의 귀속이 불명확해 기각될 수 있으므로, 질문자님께서는 갈등의 성격을 법률상 불법행위 내지 혼인파탄 사유로 구체화하고, 그 지속성과 심각성을 증거로 체계화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증거 확보가 핵심입니다. 본인이 대화 당사자로 참여한 녹음은 적법한 증거가 될 수 있으며, 반복된 폭언이나 위협 발언은 음성파일·문자·메신저 캡처로 정리하시기 바랍니다. 경찰 출동 내역, 진단서·상해기록, 정신건강의학과 상담기록, 가정폭력 상담소 이용 내역, 가출·별거 사실을 뒷받침하는 유무선 기록, 생활비 미지급·채무 전가 등 경제적 학대에 관한 계좌내역과 고지서도 유효합니다. 사건 일지를 날짜·장소·상세 경위·증인 유무와 함께 일관되게 작성해 두면 신빙성 판단에 크게 기여합니다. 다만 상대의 사적 영역을 무단 촬영하거나 통신비밀을 침해하는 방식은 역으로 불법증거가 될 수 있으니 본인이 참여한 통신·대화에 한정해 수집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재판상 이혼을 선택할 경우, 파탄과 책임의 정도가 위자료 인정 여부와 액수에 직결됩니다. 가해성 언행·폭력·불륜·지속적 모욕 등 책임 사유를 상대방에게 귀속시키는 구조로 사실관계를 구성해야 하며, 질문자님께 과도한 맞대응, 상호폭행, 큰 폭의 언어폭력 등 반책사유가 있다면 최소화하거나 정당방위적 대응 틀로 정리하는 방어 설계가 필요합니다. 별거를 병행한다면 별거 개시의 불가피성과 생활유지 방안을 사전에 메모·통지로 남겨 일방 파탄 주도 프레임을 피하시기 바랍니다.

자녀가 있다면 양육권은 주 양육자의 일상 돌봄 실적, 양육환경의 안정성, 향후 양육계획, 부모의 양육태도, 자녀 의사 등을 종합해 판단됩니다. 질문자님께서 양육권을 희망하신다면 등하원·병원·숙제·생활지도 등 구체 돌봄 기록, 학부모 상담 내역, 돌봄 일정표, 향후 양육·면접교섭 계획과 주거·직장 탄력근무 등 실행가능성을 자료로 제시하셔야 합니다. 면접교섭은 갈등이 깊을수록 구체적 시간·장소·방식·교환 규칙까지 문안화해 분쟁을 예방하는 편이 유리합니다. 양육비는 소득자료를 토대로 산정되므로 재직·소득·세무 자료를 조기에 확보하시고, 미지급에 대비해 가사소송법상 양육비 이행명령과 담보제공, 급여압류 등 집행수단을 염두에 두시면 좋습니다.

재산분할은 혼인 중 형성된 순재산을 대상으로 하며, 전업·육아 기여도도 실질적으로 평가됩니다. 재산목록은 기준시점을 정해 부동산, 예금·펀드, 퇴직금 예상권, 자동차, 가상자산, 개인사업체 가치, 보험 해지환급금, 채무까지 빠짐없이 정리하시기 바랍니다. 상대 명의·가족 명의로 우회된 재산은 금융·부동산 자료제출명령과 사실조회로 추적할 수 있으므로, 의심 정황과 계좌흐름을 미리 메모로 남겨 두면 효과적입니다. 국민연금·퇴직연금의 분할도 검토하시되, 국민연금 분할은 원칙적으로 이혼시 분할결정을 받아두는 것이 안정적이며, 이혼 후 청구 가능한 기한 제한을 유념하셔야 합니다. 위자료는 파탄 책임에 대한 손해배상으로 별도 청구할 수 있으므로, 폭력·불륜·중대한 모욕 등 명백한 위법행위가 있었다면 재산분할과 독립적으로 입증 설계를 병행하시기 바랍니다. 재산분할 청구권은 이혼 후 2년의 제척기간이 있으므로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하셔야 합니다.

협의이혼을 고려하신다면 법원의 안내·숙려 절차를 거치되, 반드시 서면으로 양육권·면접교섭, 양육비, 재산분할, 주거명도, 채무분담, 연금분할, 위자료, 금융·세무 처리 시점과 방법까지 조목조목 확정해 두셔야 사후 분쟁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합의서에는 각 조항의 이행기한, 불이행시 강제집행에 관한 집행력 부여 합의, 금융계좌·등기이전·명의변경의 구체적 이행 방식, 주민등록과 전출입 일정, 데이터·물품 인도에 관한 조항을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갈등의 원인이 상대방 측에 중대하게 있는 사안이라면, 협의이혼으로 신속히 종결하되 위자료와 특정 조건을 함께 패키지로 타결하는 방식도 실익이 큽니다.

절차 진행 중에는 신변안전과 증거보전을 위해 임시처분을 적극 활용할 수 있습니다. 가정폭력이 있다면 긴급임시조치, 접근금지, 주거·경찰동행 보호, 유치권적 점유분쟁 방지를 위한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을 검토하시기 바랍니다. 소송이 길어질 경우 자녀 양육비·생활비에 관한 사전처분을 통해 당장 필요한 비용을 확보할 수 있으며, 주거와 재산의 급변경을 막기 위해 부동산 처분금지, 예금 채권 가압류 등 보전처분으로 협상지렛대를 마련하는 것이 유효합니다.

현 시점에서 질문자님께 유리한 로드맵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다툼의 양상 중 법적 파탄사유에 해당하는 요소를 선별해 일지·녹음·문자·의무기록·경찰기록 중심으로 증거체계를 갖춥니다. 둘째, 자녀가 있다면 양육실적과 향후계획을 문서화해 재판부가 즉시 읽을 수 있도록 자료를 정돈합니다. 셋째, 재산목록과 채무목록, 연금·퇴직권을 빠짐없이 정리하고, 상대 명의 재산 이동 의심분은 금융흐름 근거를 준비합니다. 넷째, 협의이혼과 재판이혼 중 승소가능성과 비용·시간을 비교해, 책임 귀속을 명확히 할 수 있으면 재판을, 협상 여지가 충분하면 위자료·재산분할·연금분할·양육을 포괄한 일괄타결안을 설계합니다. 다섯째, 분쟁 와중의 언행이 역으로 반책사유로 돌아오지 않도록 대면 갈등을 최소화하고, 서면·증거 중심으로 절차를 진행합니다.

질문자님께서는 지금까지 혼자 버텨오신 마음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았을 것입니다. 결정을 서두르기보다, 질문자님의 안전과 자녀의 안정을 최우선에 두고, 법이 허용하는 가장 단단한 장치를 하나씩 세워가시길 바랍니다. 법적 절차는 차갑게 느껴질 수 있으나, 그 속에는 질문자님의 삶을 지켜낼 수 있는 질서가 분명히 있습니다. 오늘의 망설임이 내일의 명확한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증거를 갖추고 권리를 정확히 주장하신다면 결과는 충분히 바뀝니다. 스스로를 탓하지 마시고, 이미 충분히 애써 오신 만큼 이제는 법의 언어로 질문자님의 진실을 말할 시간입니다. 마음이 흔들릴 때일수록 천천히 그러나 단호하게 한 걸음씩 나아가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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